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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경제 오피니언 [기고] `19. 8.16.
등록일 2019/08/16 조회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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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일본은 최종적으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공포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본격화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반도체의 핵심 소재 외에도 일본 소재를 필요로 하는 관련 국내 산업은 불측의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자유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본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일본은 일찍부터 소재산업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판단으로 미래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왔다. 또한 시행착오를 당연시하며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을 토대로 지금의 탄탄한 산업 역량을 키워 왔다.

이러한 과정은 일본의 4차 산업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 자원이라 평가되는 데이터 정책에 대한 일본의 행보는 우리에게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산업과 기술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회자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과 산업의 핵심 자원이 되는 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던 AI 알파고는 방대한 기보 데이터를 확보해 수천만 번의 분석과 자가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 없는 4차 산업 기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고 허상일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로 경제성장을 꾀한다면 데이터의 충분한 활용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은 매우 엄격한 개인정보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데이터 활용을 못하는 상황에서 AI 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스마트시티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지금 국회에는 데이터 활용의 숨통을 틔워줄 `데이터 3`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개정안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모색한 것으로 오랜 시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어렵게 마련됐다.

만약 개정안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 내에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AI를 비롯한 데이터의 활용을 전제로 하는 모든 4차 산업 분야에서의 데이터 활용이 더욱 요원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2012`액티브 재팬(Active Japan ICT)` 전략을 발표하며 빅데이터를 미래 핵심 전략으로 삼았고,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1단계 조치로 2015`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했으며, 2단계로 개인정보를 제거한 고객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2차 이용(상품 및 서비스 개발) 및 제3자 판매가 가능하도록 2017년 개정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일본의 4차 산업 분야에는 핵심 자원인 다양한 데이터가 보다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지금까지 핵심 소재산업으로 글로벌 산업계를 선도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통해 4차 산업의 선도를 착실히 준비해 왔다.

이러한 준비들이 4차 산업 분야에서 우리와 얼마나 격차를 만들어낼지 현재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를 앞설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수년간 준비한 데이터 3법 개정안은 일본이 4년 전 해낸 1단계 준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곤란을 겪는 수출규제와 같은 분루(憤淚)를 다시 겪게 될지 모른다.

위기의 이면에는 기회가 있고 우리는 늘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아 왔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우리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것을 넘어 우리가 간과했던, 우선순위로 놓치고 있던 허점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것들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데이터의 활용 능력 제고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